1. 영화리뷰
기예르모 델 토로 감독의 2017년 작품 <셰이프 오브 워터 - 사랑의 모양(The Shape of Water)>은 인간과 괴생명체의 사랑이라는 독특한 설정을 통해 전통적인 동화적 서사와 현대적인 사회 비판, 그리고 신비로운 미장센이 절묘하게 결합된 영화입니다. 이 작품은 베니스 국제영화제 황금사자상과 제90회 아카데미 작품상, 감독상 등 4관왕을 거머쥐며 예술성과 대중성을 동시에 인정받았습니다.
영화는 냉전 시대를 배경으로 하며, 말 못하는 여성 청소부 엘라이자와 미국 정부의 실험실에 갇힌 수중 괴생명체의 사랑을 중심으로 전개됩니다. 이들은 세상의 기준에서는 모두 '이질적'이고 '비정상적인' 존재들이지만, 바로 그 ‘다름’ 속에서 서로를 진심으로 이해하고 받아들입니다. 이 영화는 단순한 로맨스를 넘어, 소수자, 타자성, 침묵, 공감, 사랑, 저항 등의 주제를 한 폭의 시처럼 풀어냅니다.
기예르모 델 토로 감독은 판타지 장르의 거장으로 잘 알려져 있지만, 이 영화에서 그는 단순한 괴물 영화의 문법을 넘어섰습니다. 괴물의 존재는 단순한 공포의 대상이 아니라, 세상의 편견과 배제 속에서 잊혀진 존재들을 상징합니다. 특히 델 토로 감독은 물이라는 모티프를 통해 사랑의 유동성, 경계 없음, 형체 없는 감정을 시각화합니다. ‘사랑의 모양(The Shape of Water)’이라는 제목이 상징하는 바가 바로 이것입니다—사랑은 형체가 없기에 어떤 모양도 될 수 있다는 것.
영상미와 음악 또한 이 영화를 예술의 경지로 끌어올립니다. 녹청색의 물빛이 감도는 배경, 비 내리는 창가, 고전 영화의 포스터와 소품들이 그려내는 미장센은 한 편의 서정적인 판타지로 관객을 끌어들이며, 알렉상드르 데스플라의 OST는 영화의 분위기를 우아하면서도 애틋하게 감싸줍니다. 특히 메인 테마곡은 물속에서 흐르는 듯한 부드러운 선율로, 두 주인공의 감정선을 완벽하게 표현해냅니다.
영화 속에서 사랑은 이상적이거나 환상적인 것이 아니라, 차별받고 억압당하며 침묵 속에 사는 존재들끼리의 본능적이고 절박한 감정입니다. 엘라이자와 괴생명체는 언어로 소통하지 않지만, 서로를 바라보는 눈빛과 손짓으로 충분히 사랑을 나눕니다. 이 ‘말 없는 커뮤니케이션’은 현대 사회의 소외와 단절을 우회적으로 비판하며, 진정한 이해와 연민은 언어를 넘어선다는 메시지를 전달합니다.
결과적으로 <셰이프 오브 워터>는 기존 영화 문법을 비틀면서도, 관객에게 깊은 정서적 감동을 안겨주는 독창적인 작품입니다. 다름을 수용하는 사랑, 말할 수 없는 존재의 외침, 인간과 비인간 사이의 경계를 허무는 서사는 오늘날의 불평등하고 경직된 사회에 대한 강력한 질문으로 남습니다. 그리하여 이 영화는 ‘괴물의 사랑 이야기’라는 틀을 넘어서, 사랑의 본질과 존재의 의미를 되묻는 아름다운 시로 기억됩니다.
2. 줄거리 및 스토리
영화는 1960년대 초 냉전기의 미국을 배경으로 시작됩니다. 주인공 엘라이자(샐리 호킨스)는 과거의 상처로 인해 말을 하지 못하는 청소부입니다. 그녀는 정부의 비밀 연구소에서 일하며 매일같이 같은 일상을 반복하지만, 언제나 따뜻하고 순수한 마음을 지닌 인물입니다. 그녀의 친구는 흑인 여성 동료 젤다와, 동성애자이자 외로운 화가 자일스입니다. 이 세 인물 모두 그 시대 사회에서 ‘주류’로 인정받지 못한 존재들입니다.
어느 날, 연구소에는 ‘아마존에서 발견된’ 괴생명체가 극비리에 반입됩니다. 이 존재는 인간처럼 두 다리로 걷고, 감정을 이해하며, 심지어 음악에도 반응을 보이는 미지의 생명체입니다. 미군은 이 존재를 소련과의 군사 경쟁에 이용할 비밀 병기로 간주하고, 해부하여 내부 구조를 분석하려고 합니다. 그 임무를 맡은 이는 잔인하고 권위적인 보안 책임자 스트릭랜드(마이클 섀넌)입니다.
그러나 엘라이자는 생명체를 두려움 대신 호기심과 애정으로 바라봅니다. 말이 아닌 몸짓으로 다가가며, 점점 둘은 서로를 이해하고 특별한 유대감을 쌓아갑니다. 그녀는 그에게 삶의 소리와 감정을 전하고, 생명체 또한 그녀의 고요한 세계에 사랑을 되돌려 줍니다.
문제는 미군이 곧 생명체를 죽이고 해부하려는 계획을 세운다는 사실입니다. 엘라이자는 이 비극을 막기 위해 용기를 내고, 자일스와 젤다의 도움을 받아 생명체를 탈출시키기로 결심합니다. 영화는 이 일종의 ‘도둑질’을 모험극처럼 연출하면서, 엘라이자가 얼마나 강인한 인물인지, 또 주변 인물들이 어떻게 변화하는지를 보여줍니다.
결국 엘라이자는 생명체를 자신의 집 욕조에 숨기고 돌보게 됩니다. 그들은 물속에서 진정한 사랑을 나누고, 서로를 통해 삶의 의미를 찾습니다. 그러나 스트릭랜드는 광기에 가까운 집착으로 엘라이자와 생명체를 추적하고, 두 사람은 점점 더 큰 위험에 빠집니다.
결말은 신화적이고도 시적인 전개로 마무리됩니다. 스트릭랜드는 결국 생명체에게 제압당하고, 엘라이자는 물속에서 숨을 멈춘 듯 보이지만, 생명체는 그녀에게 아가미를 만들어줍니다. 둘은 함께 물속 깊은 곳으로 사라지고, 나레이션은 이들을 ‘영원한 사랑’으로 기억합니다.
이러한 줄거리는 단순히 로맨스를 넘어선 ‘구원과 해방’의 이야기입니다. 침묵 속의 존재가 자신의 언어를 찾고, 괴물로 불리던 이가 진짜 ‘사랑’을 행하는 존재가 되는 과정은, 이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매우 강렬한 상징으로 남습니다.
3. 배우 및 캐릭터
<셰이프 오브 워터>의 배우들은 모두 캐릭터에 완전히 녹아든 연기를 보여주며, 영화의 감정선을 섬세하게 구축합니다. 특히 주연 배우인 샐리 호킨스는 거의 대사 없이 눈빛과 표정, 몸짓만으로 엘라이자의 내면 세계를 완벽히 구현해냅니다.
엘라이자는 말은 없지만, 마음만은 누구보다 말이 많고, 깊고 섬세한 감정을 지닌 인물입니다. 샐리 호킨스는 특유의 눈망울과 손끝까지 살아있는 연기로 관객을 설득시키며, 그녀의 고요한 외침은 말보다 더 큰 울림으로 다가옵니다. 아카데미 여우주연상 후보에 오른 것도 당연한 결과라 할 수 있습니다.
생명체 역을 맡은 덕 존스는 델 토로 감독과 자주 호흡을 맞춘 배우로, 전신 특수 분장을 한 채로도 신비로우면서도 감성적인 연기를 선보입니다. 그는 단순한 괴물이 아닌, 사랑하고 이해할 줄 아는 존재로서 설득력 있게 다가옵니다. 생명체의 눈빛, 손짓, 몸의 떨림 하나하나에 감정이 담겨 있어, 무대 위 무언극을 보는 듯한 깊은 여운을 줍니다.
악역인 스트릭랜드를 연기한 마이클 섀넌은 냉전기의 미국 우월주의자이자 가부장제의 전형적인 인물입니다. 그는 외형상 ‘정상인’으로 보이지만, 사실상 영화 속에서 가장 폭력적이고 왜곡된 가치관을 가진 존재로 묘사됩니다. 그의 차가운 눈빛과 점점 무너져가는 모습은 영화 전체의 긴장감을 이끌며, 엘라이자와 생명체의 사랑을 더욱 빛나게 하는 대비점이 됩니다.
그 외에도 엘라이자의 친구 자일스 역의 리처드 젠킨스와 젤다 역의 옥타비아 스펜서 역시 큰 존재감을 드러냅니다. 자일스는 늙은 게이 화가로서 사회의 소외를 겪고 있으며, 젤다는 흑인 여성으로서 이중의 차별을 받습니다. 이들은 모두 ‘말하지 못한 사람들’이며, 결국 엘라이자의 사랑과 저항에 동참함으로써 연대의 가능성을 보여줍니다.
4. 결론
<셰이프 오브 워터 - 사랑의 모양>은 말 그대로 ‘사랑의 형체는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던지는 작품입니다. 그 사랑은 종족을 초월하고, 말의 유무를 넘어가며, 사회적 기준과 외형의 편견마저도 가볍게 뛰어넘습니다. 영화는 환상과 현실의 경계를 허물며, 진정한 사랑은 규범이 아니라 감정과 존중, 이해로부터 시작된다는 점을 일깨워 줍니다.
특히 이 영화는 단순히 두 인물 간의 사랑에만 머무르지 않고, 현대 사회의 다양한 타자들—성소수자, 장애인, 인종 소수자, 여성 등—을 대변하는 메시지를 담고 있습니다. 그리하여 <셰이프 오브 워터>는 낭만적이면서도 정치적인, 따뜻하면서도 날카로운 두 개의 얼굴을 지닌 영화로 자리매김하게 되었습니다.
추천 포인트는 다음과 같습니다. 첫째, 독창적인 연출과 감각적인 미장센, 둘째, 샐리 호킨스의 감정 가득한 연기, 셋째, 음악과 영상이 절묘하게 조화를 이룬 감동적인 러브 스토리입니다. 특히 사랑에 대해 고정된 개념을 가진 관객에게는, 이 영화가 던지는 ‘사랑이란 물처럼 유연하고 경계를 허무는 감정이다’라는 메시지가 깊은 여운을 남길 것입니다.
결론적으로, 이 영화는 우리가 얼마나 자주 외형이나 조건으로 타인을 판단하는지, 그리고 그 경계를 넘어설 때 진정한 사랑과 연대가 가능하다는 사실을 조용히 속삭입니다. 사랑의 형체는 없지만, 그 울림은 언제나 가장 깊고 진실하다는 것. 그것이 바로 <셰이프 오브 워터>가 우리에게 들려주는 이야기입니다.